
영화 히트(1995)는 볼 때마다 묘한 감정이 스며들더라고요. 그냥 범죄 스릴러로만 설명하기에는 너무 아깝고, 액션 영화라고 하기엔 감정의 결이 너무 촘촘했어요. 무엇보다 이 영화는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 이 두 사람이 보여주는 묵직한 에너지 덕분에 시간이 지나도 계속 회자되죠. 특히 카페에서 마주 앉는 장면은 영화 역사에서 거의 성지처럼 취급받기도 하고요. 이 두 사람은 서로의 삶을 완전히 부정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는 관계예요. 그러니까 어떤 이상한 공명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 아, 저 둘은 결국 같은 길을 다른 방식으로 걷고 있구나 이런 느낌이었달까요.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두 사람 모두를 응원하고, 동시에 두 사람 모두의 선택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참, 인간이라는 존재는 복잡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영화였어요.
완벽하게 살아온 남자와 완벽하게 살아가려는 남자 - 서로의 그림자 같은 존재
히트 속 닐(로버트 드 니로)은 어떤 의미에서 완벽하게 살아온 남자예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흔들릴 때 자신을 붙잡는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을 절대 깨지 않죠. 그러려면 얼마나 많은 걸 포기해야 했을까요. 그 고요함 속엔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스스로를 고립시켜온 외로움이 숨어 있는 것 같았어요. 반면, 해나(알 파치노)는 완벽하게 살아가려고 안간힘 쓰는 남자처럼 보였어요. 그는 늘 감정 때문에 흔들리고, 사건에 몰입하다 보니 가정은 계속 깨지고, 온전하게 붙잡고 싶은 게 있어도 다 새어나가 버리는 사람이죠. 둘은 전혀 다른 선택을 해왔지만, 결국 진심으로 자기 삶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닮아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둘이 카페에서 마주 앉아 서로의 삶에 대해 짧게 말을 나누는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먹먹해졌어요. 적을 마주하고 있는데도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고, 심지어 공감까지 하는 게 느껴졌거든요. 이런 감정의 깊이는 보통 범죄 영화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데, 히트는 그 묵직함을 기가 막히게 잡아냈어요.
총성과 침묵 사이, 히트가 만들어낸 현실적 액션의 미학
많은 사람들이 히트를 기억하는 이유 중 하나는 총격전 연출의 정석을 보여줬기 때문이죠. 근데 이 액션 장면의 핵심은 단순히 총이 많이 나온다가 아니라, 총소리가 너무 현실적이고 차갑게 들린다는 데 있어요. 둔탁한 소리, 금속이 벽에 부딪힐 때 퍼지는 울림, 차가운 거리에 남는 잔향 이런 것들이 마치 실제 사건을 옆에서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줬어요. 그리고 또 하나, 이 영화의 액션은 침묵을 정말 잘 사용해요. 총격과 총격 사이에 들어가는 그 짧은 정적은 긴장감을 훨씬 끌어올리죠. 그 정적 속에서 사람들의 호흡, 발걸음, 방향을 고민하는 시선 등이 느껴져서 정말 현장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이 장면들은 멋지기 위해서 만든 게 아닌 것 같았어요. 그보다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서, 사람이 죽고 사는 일의 무게를 보여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액션이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시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지금 봐도 훨씬 더 생생하게 느껴졌어요.
선과 악의 경계가 흐려질 때, 우리는 누구에게 마음이 기울까
히트를 볼 때 가장 헷갈리는 지점이 바로 여기였어요. 도대체 나는 누구 편인가? 나는 누구 쪽 감정에 더 붙잡히고 있는가? 법을 지키는 해나는 맞는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인데도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개인적인 일들 때문에 불안정해 보이기도 했어요. 반대로 완전한 범죄자인 닐은 차갑고 이성적이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인간적이고, 심지어 매력적이기까지 했어요. 영화는 이 둘을 흑백 논리로 나누지 않아요. 해나가 옳고 닐이 틀렸다는 식으로 단정하지도 않죠. 둘은 각자의 세계에서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에요. 그래서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정답이 사라져요. 선과 악의 경계는 흐려지고, 오히려 우리는 저 사람이 이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한 사람의 삶을 걱정하게 되죠. 그러다 결국 마지막 장면에서 한 사람이 쓰러지며 끝날 때, 이상하게 조용한 슬픔이 밀려왔어요. 왜인지 모르겠지만, 마치 둘 다 조금씩 잃어버린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끝내 서로를 이해한 단 한 사람
히트는 단순히 범죄자를 잡고 쫓는 영화가 아니었어요. 그보다는 두 남자가 서로를 통해 자기 삶의 결핍을 알아보고, 또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였어요. 그리고 비극적으로 서로에게 닿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나버리죠. 왜 그 장면이 그렇게 오래 기억에 남는지 생각해 보면, 우리도 결국 닮아 있는 사람에게 가장 복잡한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어요. 이 영화는 그 감정을 너무도 조용하게, 그러나 깊게 건드렸어요. 그래서 시간이 지나 다시 봐도 여전히 고요하게 마음을 흔들어 놓는 작품이었어요.명작이라는 말이 괜히 붙는 게 아니구나 다시 한번 느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