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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1989) 키팅의 충격, 웰튼의 침묵, 닐의 선택

by 2-nus 2025. 12. 27.

영화-죽은시인의사회-포스터
영화-죽은시인의사회-포스터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1989)를 다시 보면서, 이 영화는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 봤을 때는 그저 자유를 말하는 영화 정도로 느껴졌는데, 나이를 조금 더 먹고 다시 보니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더라고요. 이 영화는 단순히 청춘을 찬가처럼 노래하는 작품이 아니라, 어쩌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어른들에 대한 이야기 같았어요. 피터 위어 감독은 굉장히 조용한 방식으로 질문을 던져요. 너는 지금 네 인생을 살고 있느냐라고요. 그리고 그 질문은 1989년에 머무르지 않고, 지금 이 글을 읽는 우리에게까지 흘러와요.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세월이 흘러도 고전이 아니라 현재진행형 영화처럼 느껴졌네요.

키팅 선생의 첫 수업이 남긴 충격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한 존 키팅 선생이 처음 교실에 들어오는 장면은 언제 봐도 묘했어요. 교탁 위에 올라서고, 교과서를 찢으라고 말하고, 카르페 디엠을 외치죠. 그 모습은 파격적이었고, 동시에 위험해 보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가 진짜로 가르치고 싶었던 건 반항이 아니라 자기 목소리를 듣는 법이었던 것 같아요. 키팅은 아이들에게 답을 주지 않아요. 대신 질문을 던져요. 왜 시를 읽는가, 왜 사는가. 요즘 기준으로 보면 이상적인 교사는 아닐 수도 있겠네요. 성적을 올려주지도 않고, 명확한 커리큘럼도 없으니까요. 그런데도 그의 수업이 잊히지 않는 이유는, 그가 아이들을 사람으로 대해줬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어요.

웰튼 아카데미, 억압된 교실의 얼굴

영화 속 웰튼 아카데미는 질서 정연하고, 전통과 규율로 가득 찬 공간이에요. 교복, 규칙, 성적, 명문대 진학. 겉보기에는 완벽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숨 막히는 침묵이 흐르고 있었죠. 학생들은 질문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정해진 길을 따라가요. 이 모습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는 게 조금 씁쓸했네요. 이 학교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사회 그 자체처럼 보였어요. 튀지 말 것, 말대답하지 말 것, 실패하지 말 것. 지금 우리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죠. 그래서 이 영화가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감을 얻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닐의 선택과 침묵의 책임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이 무거워지는 인물은 역시 닐 페리였어요. 연극을 사랑했지만, 아버지의 기대와 권위 앞에서 끝내 자신의 목소리를 지키지 못한 인물이죠. 그의 선택은 극단적이고, 그래서 더 많은 질문을 남겨요. 과연 누가 그의 죽음에 책임이 있었을까요? 영화는 명확한 가해자를 지목하지 않아요. 아버지, 학교, 사회,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어른들. 어쩌면 모두가 조금씩 책임이 있었겠죠. 가장 무서운 건 악의가 아니라 무관심과 침묵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닐의 비극은 특별한 한 사람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라, 구조 전체가 만들어낸 결과처럼 느껴졌네요.

카르페 디엠은 지금 우리에게 유효한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 학생들이 책상 위에 올라 오 캡틴, 마이 캡틴을 외치는 순간은 볼 때마다 울컥해요. 세상을 바꾸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한 번쯤은 자신의 생각으로 서보려 했던 순간이었으니까요. 그 장면은 거창한 혁명보다 훨씬 현실적으로 다가왔어요. 죽은 시인의 사회가 말하는 카르페 디엠은 오늘을 다 쓰라는 말이 아니라, 남의 인생을 대신 살지 말라는 경고처럼 느껴졌어요. 지금도 우리는 안정, 성공, 평균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선택을 미루고 있잖아요. 그래서 이 영화는 볼 때마다 다른 질문을 던지고, 다른 아픔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아마도 이 영화가 명작으로 남은 이유는, 답을 주지 않기 때문일 거예요. 대신 조용히 묻죠. 지금 당신은, 정말 당신의 삶을 살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