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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조 래빗(2019) 상상 히틀러, 성장 그리고 풍자

by 2-nus 2025. 12. 31.

영화-조조래빗-포스터
영화-조조래빗-포스터

영화 조조 래빗(2019)을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이 영화, 생각보다 많이 웃기네?라는 감정이 먼저 들었어요. 나치, 전쟁, 히틀러라는 무거운 소재를 이렇게까지 가볍게 다뤄도 되나 싶을 정도였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영화가 끝나고 나서 마음에 남은 건 웃음보다도 묘한 먹먹함이었네요.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전쟁은 이렇게 잔인하면서도 순수할 수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 특유의 유머가 분명히 살아 있는데, 그 웃음이 결코 가볍지 않았다는 점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들었다고 느꼈어요. 웃다가, 웃은 내가 조금 부끄러워지는 경험. 조조 래빗은 그런 영화였네요.

상상 친구 히틀러, 아이의 세계로 들어간 풍자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설정은 단연 조조의 상상 속 친구 히틀러였어요. 그것도 무섭고 광기 어린 독재자가 아니라, 철없는 조조를 부추기고 토닥이는 친구처럼 등장하죠. 처음엔 이 설정이 너무 과감해서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건 히틀러를 희화화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세뇌된 아이의 세계를 시각화한 장치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조에게 히틀러는 절대악이 아니라 어른들이 믿으라고 한 영웅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웃기고, 그래서 더 무서웠어요. 아이는 죄가 없는데, 아이가 믿는 세계는 이미 망가져 있었던 거죠.

전쟁 속에서도 자라는 감정, 조조의 변화

조조 래빗이 단순한 풍자 영화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결국 이 영화가 아이의 성장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느꼈어요. 집 다락방에서 숨겨진 유대인 소녀 엘사를 만나면서 조조의 세계는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죠. 머리로 배운 증오와, 눈앞에서 마주한 인간 사이의 괴리. 그 혼란이 조조를 변화시켜요. 엘사를 무서워하면서도 궁금해하고, 거짓말을 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는 그 과정이 너무 인간적이었어요. 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도 아이는 결국 감정을 배우고, 타인을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그게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희망처럼 느껴졌어요.

웃기지만 가볍지 않은 연출, 타이카 와이티티의 선택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정말 독특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웃긴 톤으로 전쟁을 이야기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웃음을 철저히 거둬버리거든요. 특히 조조가 엄마의 신발을 발견하는 장면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모든 걸 말해주는 장면이었어요. 그전까지의 유머가 있었기에 그 장면은 더 아프게 다가왔죠. 감독은 관객이 방심한 틈을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웃고 있던 우리에게 갑자기 현실을 들이밀면서, 이게 진짜 전쟁이야라고 말하는 느낌이었네요.

마치며,

조조 래빗은 보고 나면 쉽게 정리되지 않는 영화예요. 웃긴 영화였다고 말하기엔 마음이 너무 복잡하고, 무거운 영화였다고 말하기엔 중간중간 너무 많이 웃었거든요. 아마 이 애매함이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일 거예요. 전쟁을 직접적으로 고발하지 않으면서도, 아이의 눈을 빌려 우리가 얼마나 쉽게 증오를 학습하는 존재인지 보여줬어요. 그리고 결국 사랑과 공감이 어떻게 사람을 바꾸는지도 말해줬고요.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괜히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믿고 있는 것들 중에도, 누군가가 만들어준 상상 친구 같은 건 없을까 하고요. 웃고 나서야 비로소 아파지는 영화, 조조 래빗은 그렇게 오래 남는 작품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