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에 인사이드 맨(Inside Man, 2006)을 틀었을 때는 솔직히 말해서 또 하나의 은행 강도 영화겠지라고 생각했어요. 가면 쓰고 총 들고 들어가서, 인질 잡고, 경찰이랑 협상하다가 반전 한 번 주는 그런 이야기 말이에요. 그런데 이 영화는 시작부터 조금 이상했네요. 범인이 누구인지, 어떻게 끝날지보다 이 사람들이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게 만들었어요. 덴젤 워싱턴, 클라이브 오웬, 조디 포스터. 배우 라인업만 봐도 가볍게 볼 영화는 아니겠다 싶었는데, 실제로 보고 나니 이 영화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라기보다는 지능적인 퍼즐에 가까웠어요. 끝나고 나서 한참 동안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다시 돌아가더라고요. 아, 그래서 그 장면이 있었구나 하면서요.
완벽하게 짜인 게임 - 누가 범인인지보다 중요한 것
이 영화가 특별했던 가장 큰 이유는, 이야기가 흘러가는 방식이었어요. 보통 은행 강도 영화는 계획, 실행, 위기, 탈출의 구조를 따르잖아요. 그런데 인사이드 맨은 그 구조를 일부러 비틀어요. 누가 범인인지, 강도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았네요. 클라이브 오웬이 연기한 달튼 러셀은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차분했어요. 급할 것도 없고, 감정을 드러낼 필요도 없는 사람처럼 보였네요. 마치 이 모든 상황을 이미 여러 번 시뮬레이션해 본 사람처럼요. 그 덕분에 관객인 저는 계속해서 경찰 쪽을 따라가면서도, 어딘가에서 속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영화가 끝나고 나서야 아, 이건 추리 게임이 아니라 심리전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팽팽한 긴장 - 선과 악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네요
덴젤 워싱턴이 연기한 형사 키스 프레이저는 전형적인 정의로운 경찰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완벽한 인물은 아니었어요. 실수도 있고, 욕심도 있고, 판단이 흔들릴 때도 있었네요. 그래서 더 사람 같았고,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조디 포스터가 연기한 매들린 화이트는 또 어떻고요. 영화에 등장하는 시간은 길지 않지만, 나올 때마다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버렸어요. 이 인물은 법도, 정의도, 감정도 아닌 권력과 이해관계를 상징하는 느낌이었네요. 이 세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부딪히면서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영화의 중심을 꽉 잡고 있었어요. 누가 옳고 누가 나쁜지 쉽게 판단할 수 없게 만드는 점이 인사이드 맨의 가장 큰 매력이었어요.
스파이크 리의 연출 - 오락 영화 속에 숨겨진 사회의 얼굴
스파이크 리 감독 특유의 시선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인사이드 맨은 겉으로 보면 굉장히 대중적인 범죄 영화인데, 그 안에는 인종, 권력, 자본, 과거의 죄 같은 무거운 주제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었어요. 특히 전쟁 범죄와 부의 축적이라는 소재는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묵직하게 다가왔네요. 단순히 돈을 훔쳤다가 아니라, 그 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묻는 영화였어요. 이런 메시지를 설교처럼 던지지 않고, 이야기 속에 슬쩍 숨겨둔 점이 정말 영리하다고 느껴졌어요. 그래서 보는 동안은 재미있고, 다 보고 나면 생각이 많아지는 영화였네요.
마치며,
인사이드 맨은 보고 나서야 제목이 이해되는 영화였어요. 진짜 안에 있는 사람이 누구였는지, 그리고 우리가 끝까지 보지 못했던 진실이 무엇이었는지 말이에요. 화려한 액션이나 자극적인 반전 없이도 이렇게 긴장감 있고, 여운이 남는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인상 깊었네요. 은행 강도 영화라고 가볍게 접근했다가, 인간의 욕망과 선택, 그리고 정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어요. 오랜 시간이 지나도 다시 꺼내 보고 싶은 영화, 그리고 볼 때마다 다른 인물이 새롭게 보이는 영화였네요. 아직 인사이드 맨을 안 보셨다면, 그리고 똑똑한 영화 한 편 보고 싶다는 날이라면, 이 작품은 충분히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