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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리시맨(2019) 시간, 침묵 그리고 외로움

by 2-nus 2026. 1. 10.

영화-아이리시맨-포스터
영화-아이리시맨-포스터

영화 아이리시맨(2019)은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말하면 쉽지 않은 영화였네요. 러닝타임은 길고, 사건은 많고, 인물들은 끊임없이 등장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 다시 떠올리면 장면 하나하나가 머릿속에서 천천히 되살아났어요. 이 영화는 보는 순간보다, 보고 난 뒤에 더 오래 남는 영화였네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와 함께 만든 이 작품은 단순한 갱스터 영화가 아니었어요. 화려했던 범죄의 시대를 추억하는 영화가 아니라, 그 끝자락에서 남겨진 사람의 얼굴을 오래 응시하는 영화였네요.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관객에게 재미보다는 질문을 던졌고, 속도보다는 시간을 요구했어요. 오늘은 영화 블로거의 시선으로, 아이리시맨이 왜 이렇게 쓸쓸하고, 왜 이렇게 오래 마음에 남았는지 차분히 이야기해보려 해요.

늙어가는 갱스터의 얼굴, 디에이징 너머의 진짜 시간

아이리시맨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디에이징 기술이었죠. 개봉 당시에도 많은 이야기가 나왔고, 지금 다시 봐도 어색한 장면은 분명 있었어요.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그 기술이 왜 필요했는지 이해하게 됐네요. 이 영화는 젊음의 생생함을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었어요. 오히려 늙어감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더 강조하기 위한 선택처럼 느껴졌어요. 젊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몸은 느리고, 행동은 둔한 프랭크 시런의 모습은 묘하게 현실적이었네요. 사람은 마음보다 몸이 먼저 늙어버린다는 걸 그대로 보여주는 느낌이었어요. 갱스터 영화에서 늘 보던 활력과 폭력의 쾌감은 여기서 점점 사라지고, 대신 시간의 무게가 화면을 눌러왔어요. 총을 쏘는 장면조차 빠르게 지나가고, 죽음도 특별한 의미 없이 처리됐네요. 그게 더 무서웠어요.

프랭크 시런이라는 인물, 침묵으로 살아온 한 남자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프랭크 시런은 정말 말이 없는 인물이었어요. 그는 늘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어요. 가족에게도, 조직에게도, 친구에게도 늘 같은 태도를 유지했죠. 그런데 영화가 후반으로 갈수록 깨닫게 됐네요. 이 사람은 원래부터 차가운 사람이 아니라, 그렇게 살아남는 법을 배운 사람이었다는 걸요. 말을 줄이고, 감정을 숨기고, 시키는 일을 묵묵히 해내는 것. 그게 그의 생존 방식이었어요. 가장 마음이 아팠던 건 딸 페기의 시선이었어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모든 걸 알고 있는 그 눈빛. 프랭크는 조직을 위해 모든 걸 바쳤지만, 정작 가장 지키고 싶었을 가족과는 끝내 멀어졌네요. 말하지 않으면 상처받지 않을 거라 믿었겠지만, 침묵은 결국 더 큰 거리를 만들었어요.

마틴 스코세이지의 작별 인사 같은 연출

아이리시맨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자신의 영화 인생을 돌아보며 만든 작품처럼 느껴졌어요. 좋은 친구들, 카지노에서 보여줬던 화려한 갱스터 세계는 여기서 거의 보이지 않았네요. 대신 남은 건 병원 복도, 요양원 방, 천천히 닫히는 문 같은 이미지들이었어요. 카메라는 인물을 따라 흥분하지 않고, 관찰하듯 바라봤어요. 음악도 감정을 밀어붙이지 않았고, 모든 연출이 한 발짝 떨어져 있었네요. 마치 감독 스스로도 이 세계를 떠날 준비를 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더 이상 미화하지 않고, 더 이상 낭만을 덧입히지 않고, 그냥 이렇게 끝났다고 말하는 듯했네요. 그래서 이 영화는 갱스터 영화라기보다는, 인생의 마지막 장을 담은 기록물처럼 느껴졌어요.

마치며,

영화의 마지막, 문을 조금 열어두라는 프랭크의 부탁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네요. 누군가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희망, 혹은 완전히 혼자가 되는 걸 두려워하는 마음이 느껴졌어요. 아이리시맨은 성공과 권력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결국 외로움으로 끝나는 영화였어요. 조직도, 명예도, 돈도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네요. 남은 건 기억뿐이었고, 그 기억조차 함께 나눌 사람이 없었어요. 이 영화는 재미있다고 쉽게 말하기 어려운 작품이에요.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삶을 조금 더 돌아보게 될수록 점점 더 깊게 다가오는 영화였네요. 화려했던 과거보다, 조용한 현재가 더 무겁게 느껴지는 분이라면 아이리시맨은 분명 오래 남을 영화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