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스포트라이트(Spotlight, 2015)는 처음 봤을 때 화려하다는 인상은 거의 없었어요. 총격전도 없고, 극적인 반전도 적고, 눈물을 쥐어짜는 장면도 드물었네요. 그런데 이상하게 보고 나서 마음이 오래 무거웠어요. 와, 재밌다 보다는 아 이건 쉽게 잊히면 안 되는 이야기구나라는 감정이 남았어요. 이 영화는 2000년대 초, 보스턴 글로브의 탐사보도팀 스포트라이트가 가톨릭 교회의 성추문을 파헤친 실화를 다뤘어요.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사건인데도 긴장감이 유지되는 게 참 인상적이었네요. 자극 대신 축적, 분노 대신 기록을 선택한 영화였어요.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볼수록 더 묵직해져요. 단순히 나쁜 사람을 고발했다는 영화가 아니라, 왜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았는가를 끝까지 묻는 영화였네요. 그 질문이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해서 더 아프게 다가왔어요.
히어로 없는 영화, 그래서 더 현실적이었던 이유
스포트라이트(2015)에는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영웅이 없어요. 정의감 넘치는 주인공이 카메라 앞에서 연설하지도 않고, 악당을 단죄하는 통쾌한 장면도 거의 없네요. 대신 기자들은 회의하고, 기록을 뒤지고, 전화를 돌리고, 또 기다려요. 지루할 정도로 반복되는 과정이 이어졌어요. 이게 오히려 너무 현실적이었어요. 진실은 보통 한 번에 드러나지 않잖아요. 작은 단서 하나, 인터뷰한 줄, 서류 한 장이 쌓이고 쌓여서 겨우 윤곽이 보이죠. 영화는 이 답답한 과정을 과장 없이 그대로 보여줬어요. 그래서 더 신뢰가 갔네요. 마크 러팔로, 마이클 키튼, 레이철 맥아담스 같은 배우들이 연기를 잘한다는 느낌보다 저 자리에 실제 기자가 앉아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줬어요. 연기를 감상하기보다 그들의 침묵과 망설임을 같이 느끼게 됐네요.
속도보다 정확함을 택한 스포트라이트 팀의 방식
요즘 뉴스 환경에서는 속도가 생명이잖아요. 그런데 영화 속 스포트라이트 팀은 끝까지 느리게 가는 선택을 해요. 특종을 빨리 내보낼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기다렸어요. 더 많은 피해자, 더 많은 증거, 더 단단한 구조를 확인하려 했네요. 이 선택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느꼈어요. 단 한 명의 가해자가 아니라, 은폐를 가능하게 만든 시스템 전체를 드러내기 위해서였죠. 그래서 영화는 누가 잘못했나 보다 왜 이게 반복될 수 있었나에 집중했어요. 이 과정에서 기자들 스스로도 상처를 입어요. 자신들이 살던 도시, 믿고 있던 공동체, 개인적인 신앙까지 흔들리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 조용한 존경으로 다가왔어요. 이건 정의의 승리라기보다 직업윤리를 끝까지 지킨 기록에 가까웠네요.
권력, 종교, 언론, 그 불편한 삼각구도
스포트라이트(2015)가 불편한 이유는 악이 너무 거대하고 익숙하기 때문이에요. 교회는 단순한 종교 기관이 아니라 지역 사회의 중심이었고, 언론조차 그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네요. 기자들 역시 왜 더 일찍 쓰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에서 자유롭지 않았어요. 영화는 이 부분을 변명하지 않아요. 언론의 책임 회피도, 사회 전체의 침묵도 그대로 보여줘요. 그래서 관객은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돼요. 나라면 달랐을까?, 나는 지금 어떤 침묵 속에 있나? 이런 질문이요. 이 영화가 오래 남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 같아요. 과거의 사건을 정리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의 우리를 돌아보게 만들었어요. 그래서 엔딩 크레디트에 나오는 실제 도시 이름들이 더 섬뜩했네요.
마치며,
영화 스포트라이트(2015)는 보고 나서 바로 추천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이에요. 재미있다고 말하기엔 너무 무겁고, 감동적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씁쓸하거든요. 그런데도 꼭 봐야 하는 영화라고는 말하고 싶네요. 이 영화는 정의가 승리해서 끝나지 않아요. 기사 하나가 세상을 완전히 바꾸지도 않죠. 다만 진실을 기록하는 사람이 있었고, 그 기록이 남았다는 사실을 보여줘요. 그게 이 영화의 가장 큰 힘이었어요. 그래서 시간이 지나도 다시 찾게 돼요. 뉴스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목소리가 큰 주장보다 조용히 사실을 쌓아 올리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 영화는 계속 상기시켜 주네요. 스포트라이트는 끝난 이야기가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질문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