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로건(2017)을 보고 나왔을 때, 솔직히 말해 마음이 굉장히 무거웠어요. 이게 정말 엑스맨 영화가 맞나? 싶었고, 동시에 이런 영화가 나와도 되는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네요. 보통 슈퍼히어로 영화라면 화려한 액션, 명확한 선악 구도, 그리고 어느 정도의 희망을 남기고 끝나잖아요. 그런데 로건은 시작부터 끝까지 지독하게 현실적이고, 피곤하고, 슬펐어요. 히어로는 늙었고, 세상은 그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능력은 더 이상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되어 있었어요. 이 영화는 관객에게 친절하지 않아요. 위로도 잘 안 해주고, 대신 이게 끝이야라고 담담하게 말해버리죠. 그래서 더 오래 남았고, 시간이 지나도 계속 생각나게 되는 영화가 된 것 같아요.
늙어버린 히어로의 얼굴 - 울버린의 마지막 초상
로건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우리가 알던 울버린이 아니라는 점이었어요. 날렵하고 거칠지만 강인했던 히어로는 사라지고, 대신 술에 절어 있고 몸 여기저기가 망가진 노인이 남아 있죠. 치유 능력은 느려졌고, 아다만티움은 몸을 좀먹고 있었어요. 그의 상처는 더 이상 멋있지 않았고, 아프기만 했네요. 이 영화는 울버린을 영웅으로 바라보지 않아요. 오히려 너는 무엇을 남겼냐고 묻는 것 같았어요. 수많은 싸움과 죽음 끝에 남은 건 후회, 죄책감, 그리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이었죠. 그래서 로건은 싸우지 않으려 했고, 더 이상 누군가를 구하고 싶어 하지 않았어요. 그 모습이 너무 인간적이어서 오히려 더 아프게 다가왔네요. 히어로의 마지막이 이렇게 초라해도 되는 걸까 싶었지만, 동시에 이보다 솔직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어요.
로라라는 존재 - 피로 이어진 희망과 공포
로라(X-23)는 단순한 후계자가 아니었어요. 그녀는 로건의 과거이자, 죄책감의 결정체였고, 동시에 유일한 희망처럼 보였네요. 로건과 똑같은 발톱, 똑같은 분노, 하지만 훨씬 더 날 것 같은 폭력성을 가진 아이였죠. 흥미로운 건, 로건이 로라를 통해 구원받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에요. 오히려 로라는 로건에게 끝까지 선택을 강요했어요. 도망칠 것인가, 아니면 마지막으로 책임질 것인가를 말이죠. 아이를 지켜야 하는 어른의 이야기, 하지만 그 어른이 이미 망가져버린 존재라는 설정이 이 영화를 더 잔인하게 만들었어요. 그래서 로라의 침묵과 분노가 더 크게 느껴졌고, 마지막에 그녀가 보여준 감정은 관객의 심장을 정확히 찔렀네요.
서부극의 외피를 쓴 히어로 영화 - 폭력과 침묵의 미학
로건은 전형적인 슈퍼히어로 영화라기보다는, 서부극에 가까웠어요. 넓은 황야, 끝없이 이어지는 도로, 말없는 남자, 그리고 피할 수 없는 결투. 총 대신 발톱이 있을 뿐, 구조는 클래식 서부영화 그대로였죠. 액션도 과장되지 않았어요. 빠르고 잔혹하고, 무엇보다 아프게 느껴졌네요. 싸움은 쾌감보다는 피로를 남겼고, 폭력은 해결책이 아니라 비극의 반복처럼 보였어요. 특히 침묵의 사용이 인상적이었어요. 대사가 없을 때 오히려 감정이 더 크게 들렸고, 로건의 숨소리와 고통이 그대로 전달됐네요. 이 영화는 보여주기보다 버티게 만드는 영화였어요.
마치며,
로건(2017)이 특별한 이유는, 히어로의 승리가 아니라 히어로의 끝을 정면으로 바라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용서받지 못한 삶, 되돌릴 수 없는 선택, 그리고 너무 늦어버린 희망. 이 모든 걸 감추지 않고 그대로 보여줬네요. 그래서 이 영화는 보고 나면 시원하지 않아요. 오히려 오래 남아서 계속 생각나고, 마음 한쪽을 긁고 지나가요. 하지만 그래서 더 진짜 같았고, 더 인간적으로 느껴졌어요. 슈퍼히어로 영화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작품, 그리고 한 배우와 한 캐릭터의 가장 아름답고 잔인한 작별 인사. 로건은 끝났지만, 그 여운은 아직도 우리 안에서 천천히 아물지 않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