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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2018) 가상현실의 유혹과 현실의 선택

by 2-nus 2025. 12. 19.

영화-레디플레이어원-포스터
영화-레디플레이어원-포스터

레디 플레이어 원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말하면 눈이 먼저 즐거웠어요. 화면은 정신없이 화려하고, 아는 캐릭터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고, 게임처럼 빠른 전개가 쉼 없이 몰아치더라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영화가 끝나고 나니까 액션보다도 마음 한구석이 오래 남았어요. 나라면 저 세계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이 계속 맴돌았거든요. 이 영화는 단순한 SF 블록버스터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었네요. 모두가 힘든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고, 그 도피처가 가상현실이라는 점만 다를 뿐, 우리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 영화는 미래 이야기이면서도 지금 우리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어요.

오아시스라는 세계 - 가상현실이 현실보다 진짜처럼 느껴질 때

영화 속 오아시스는 단순한 게임 공간이 아니었어요. 그곳은 사람들이 웃고, 사랑하고, 실패하고, 인정받는 또 하나의 삶이었죠. 현실에서는 쌓아 올린 트레일러에서 살고, 빚에 쫓기고, 기회조차 없는 사람들이 오아시스 안에서는 영웅이 될 수 있었어요. 이 설정이 과장처럼 보이면서도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네요. 우리는 이미 SNS나 온라인 공간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잖아요. 현실의 나는 초라한데, 온라인에서는 조금 더 멋진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어요. 레디 플레이어 원은 그걸 극단까지 밀어붙인 이야기였어요. 그래서 오아시스가 위험해 보이면서도, 동시에 너무나 이해가 됐어요. 저라도 그 세계에 빠져들었을 것 같았거든요.

추억을 아는 사람만 통과할 수 있는 게임 - 이 영화가 어른들에게 더 아픈 이유

이 영화의 진짜 재미는 레퍼런스에서 터졌어요. 80~90년대 게임, 영화, 음악들이 퍼즐의 열쇠가 되고, 그걸 아는 사람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죠. 처음엔 아, 팬서비스구나 싶었는데, 보면 볼수록 그게 전부가 아니었어요. 이 영화는 추억을 진짜로 이해하는 사람만이 답을 찾는다고 말하고 있었네요.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어린 관객보다 어른 관객에게 더 아프게 다가왔어요. 한때는 순수하게 좋아했던 것들, 아무 계산 없이 빠져들었던 세계, 그 시절의 열정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만 통과증을 내미는 느낌이었거든요. 저도 모르게 제 과거를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언제부터 좋아하는 것보다 잘해야 하는 것만 따지게 됐는지 말이에요.

선택의 순간 - 도망칠 것인가, 돌아올 것인가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는 명확해졌어요. 오아시스는 도피처이지만, 거기에만 머무르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던지죠. 현실을 완전히 포기한 기업 IOI는 악당으로 그려지고, 주인공들은 결국 현실을 선택해요. 이 선택이 저는 꽤 인상 깊었네요. 이 영화는 가상현실을 부정하지 않아요. 대신 균형을 말하고 있었어요. 도망칠 수는 있지만, 돌아올 줄도 알아야 한다고요. 그래서 결말이 더 현실적이었어요. 현실은 여전히 힘들지만, 그래도 함께라면 버틸 수 있다는 아주 고전적인 메시지인데, 이상하게 이 영화에서는 진부하지 않았어요.

결국 이 영화는 현실을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었네요

레디 플레이어 원은 화려한 겉모습 때문에 가볍게 소비되기 쉬운 영화예요.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굉장히 외로운 시대에 대한 이야기였네요. 모두가 각자의 이유로 현실을 버거워하고, 그래서 가상세계로 도망치는 시대 말이에요. 그런데 영화는 그 도망 자체를 비난하지 않아요. 대신 묻고 있었어요. 거기서만 살 수 있겠느냐고요.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오히려 현실을 조금 더 붙잡고 싶어 졌어요. 완벽하지 않아도, 실패해도, 아프더라도 말이에요. 어쩌면 이 영화가 주는 가장 큰 판타지는 가상현실이 아니라, 현실을 다시 선택할 용기였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시간이 지나도 이 영화는 단순한 오락 영화로만 남지 않을 것 같아요. 가끔 현실이 너무 힘들 때,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되는 영화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