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더 포스트(2017)는 처음 개봉했을 당시에도 꽤 묵직한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었어요. 언론, 권력, 진실이라는 단어만 봐도 어깨가 무거워지는 영화였죠. 그런데 다시 보니, 그때와는 전혀 다른 감정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요즘처럼 뉴스 하나를 믿기조차 어려운 시대에, 이 영화는 묘하게 지금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이야기는 1970년대 미국, 베트남전의 진실을 담은 펜타곤 페이퍼를 둘러싼 실화에서 출발해요. 워싱턴 포스트가 그 문서를 공개할 것인가, 아니면 침묵할 것인가. 단순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회사의 존폐와 개인의 인생이 걸린 결정이었죠. 영화를 보면서 나라면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질문을 계속하게 됐네요.
침묵과 선택 사이에서 - 언론의 책임이라는 질문
더 포스트가 가장 강하게 던지는 질문은 분명했어요. 언론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이었죠. 영화 속 워싱턴 포스트는 완벽한 정의의 편도, 무조건적인 영웅도 아니에요. 오히려 굉장히 현실적이었어요. 주주들의 눈치, 정부의 압박, 법적 책임, 그리고 회사의 미래까지. 그 모든 걸 감당하면서도 그래도 이건 알려야 하지 않나라는 고민을 멈추지 않죠. 이 부분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지금의 뉴스 환경이 떠올랐어요. 클릭 수, 광고, 자극적인 제목들 사이에서 진짜 중요한 이야기는 얼마나 제대로 전달되고 있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영화는 거창하게 설교하지 않는데도, 보는 사람 마음속에 묵직한 질문을 남겨요. 그래서 더 오래 남았네요.
캐서린 그레이엄의 변화 - 한 사람의 용기가 만들어낸 파장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단연 캐서린 그레이엄이었어요.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이 인물은 처음엔 늘 망설이고,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고,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모습으로 그려져요. 남성 중심 사회에서 신문사 사주라는 자리가 얼마나 버거웠을지 자연스럽게 느껴졌죠.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녀의 선택은 점점 분명해져요. 이건 경영의 문제가 아니라 양심의 문제라는 걸 깨닫는 순간, 영화의 공기가 확 달라져요. 그 결정을 내리는 장면에서는 괜히 숨을 참고 보게 되더라고요. 큰 소리도, 극적인 음악도 없는데 이상하게 가슴이 뛰었어요. 아마도 그 용기가 너무 현실적이어서였던 것 같아요.
스필버그의 연출과 배우들의 힘 - 조용하지만 강렬했던 순간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연출은 역시 과하지 않아서 좋았어요. 전쟁 장면도, 거대한 스케일도 없는데 이렇게 긴장감이 유지될 수 있구나 싶었죠. 회의실, 편집국,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 같은 아주 일상적인 공간들이 오히려 더 숨 막히게 느껴졌어요. 톰 행크스와 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었고요. 두 사람의 대화 장면은 마치 실제 인물을 옆에서 지켜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자연스러웠어요. 특히 신문이 인쇄되어 돌아가는 장면에서는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졌네요. 활자가 종이에 찍히는 소리가 그렇게 의미 있게 들릴 줄은 몰랐어요.
마치며,
더 포스트(2017)는 화려한 영화는 아니에요. 보고 나서 바로 누군가에게 꼭 봐야 해!라고 외칠 타입의 작품도 아니죠. 그런데 이상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떠오르는 영화였어요. 진실을 말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또 얼마나 중요한지 조용히 상기시켜 주거든요. 이 영화는 언론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개인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거대한 역사는 결국 누군가의 작은 결단에서 시작된다는 걸 보여줬죠. 그래서인지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뉴스 한 줄을 보는 시선도 조금은 달라졌어요. 요란하지 않게, 하지만 분명하게 메시지를 남기는 영화. 지금 다시 보기에 더 의미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더 포스트는 그렇게, 조용히 오래 남는 영화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