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부(1972)는 정말 묘한 작품이에요. 이미 클래식의 반열에 오른 영화인데도, 볼 때마다 새로운 감정이 밀려오더라고요. 처음엔 갱스터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권력이나 가족, 비극 같은 이야기들이 너무 깊어서 그냥 한 장르로 묶기 어려운 작품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무엇보다도 느리게 흐르면서도 압도적으로 몰입되는 분위기가 있잖아요. 한 장면, 한 대사, 한 번의 눈빛까지도 의미가 너무 크다 보니,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조용히 숨을 고르게 되는 순간이 생겼어요. 마치 누군가 내 옆에서 낮은 목소리로 오래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그런 힘이 느껴졌네요.
피와 가족, 그리고 권력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대부의 핵심은 결국 가족인데, 영화는 이 가족을 지키기 위한 폭력과 권력이 어떻게 서로를 잠식하는지를 아주 천천히 보여줬어요. 저는 특히 콜리오네 가족의 식탁 장면들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겉으로는 평범한 가족 같지만, 한 켠에서는 정치적 계산과 생존 전략이 늘 같이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비토 콜리오네가 살벌한 세상에서도 여전히 인간적인 선을 지키려 했던 모습이 참 묵직했어요. 그런데 그 선이라는 게 결국 시대와 상황 앞에서는 너무 쉽게 무너져버리더라고요. 그래서 이 영화가 가진 비극성이 더 깊게 와닿았던 것 같아요. 권력은 아무도 빈자리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건 곧 평범한 삶을 포기했다는 의미라는 걸 너무 뼈아프게 보여줬네요.
마이클의 선택은 왜 비극일 수밖에 없었을까
마이클 콜리오네의 서사는 정말 보면 볼수록 마음이 아팠어요.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그는 나는 가족 사업에 손대지 않겠다고 말했던 사람이잖아요.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가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느껴졌어요. 오히려 그의 이성과 냉정함이 가족을 지키기 위한 최고의 무기처럼 보여서 더 잔혹하게 느껴졌고요.특히, 아버지를 대신해 권력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마이클의 표정이 점점 굳어가는 게 너무 서늘했어요. 영화 후반, 문이 천천히 닫히면서 마이클이 새로운 대부가 되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었어요. 그 문틈에서 케이가 바라보는 표정은 뭐랄까, 사랑했던 남자가 이제는 더 이상 자신이 알던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순간의 충격이었죠. 그리고 그 장면은 결국 마이클이 가족을 지키려다 가족에게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운명을 상징하는 것 같아서 오래 마음에 남았어요.
대부가 남긴 영화적 유산과 우리가 느끼는 묘한 여운
대부는 영화적 연출, 음악, 캐릭터, 대사-all timeless. 그야말로 시대가 바뀌어도 절대 촌스러워지지 않는 영화예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은 느린 호흡을 선택했는데, 그게 묘하게 관객을 끌어당기더라고요.니노 로타의 음악이 장면마다 밀도 있게 깔리는데, 그 특유의 쓸쓸한 트럼펫 선율이 귓가에 남아 오래 울렸어요. 음악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의 정서가 완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악과 선을 단순하게 나누지 않아요. 관객이 도덕적 판단을 내려버리기 전에, 이미 캐릭터들에게 너무 깊이 이입하게 만들어버린다는 게 이 영화의 무서운 점이죠.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상하게 마음이 헛헛하면서도 묵직한 여운이 남아요. 마치 한 세대의 삶을 지켜본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시대가 바뀌어도 결코 낡지 않는 이유
대부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갱스터 영화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이유는 단순히 폭력이나 권력이 화려하게 그려졌기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 영화가 다루는 건 결국 사람의 문제, 가족과 사랑의 문제, 선택과 책임의 문제이기 때문이겠죠.그래서 지금 봐도 너무 현대적이고, 너무 현실적이에요. 영화를 다 보고 나면 한 가지 생각이 남았어요. 마이클은 정말 처음부터 대부가 될 운명이었을까? 아마 답은 누구도 확신할 수 없겠지만, 영화는 우리가 그 질문에 대해 오래 생각하도록 만들어줬어요. 그리고 저는 그게 이 작품이 가진 가장 큰 힘이라고 느꼈네요.